지금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 중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로 살아가고 있다 . 부모들은 그것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는다 .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면 알고 있다는 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. 물론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다 . 혹은 치료법이 발견되었다 해도 고칠 수 있는 시기도 먼 훗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. 그러나 알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. 치료는 병명을 알아야만 비로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. 의학적인 치료가 아니더라도 다른 면에서의 치료도 가능할 수 있다 . 엔젤만 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에겐 그 중 중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. 교육은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모티브이다 . 아이의 특성과 행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을 때는 때론 맞지 않는 교육법으로 아이와 힘든 시간을 싸워나갔지만 선배들이 연구하고 밝힌 자료를 참고 삼아서 접근해 나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.

현재 우리나라는 희귀질환으로 등록된 병이 200여 가지가 된다고 한다 . 그 중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것도 미국과 같은 나라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이다 . 미국의 희귀질환협회엔 1,100여 가지의 희귀 질병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.(인터넷으로 확인가능 ) 그러니 발생 빈도가 적거나 관심이 적은 질환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. 아마도 자신의 아이가 일반적인 뇌성마비나 정신지체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별다른 진단을 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의 경우라면 충분히 의심해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.

은비가 앓고 있는 경우처럼 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병의 종류도 다양해서 알려진 것만도 수십 가지에 이르는 걸로 알고 있다 . 아이의 병을 알기 전에는 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으로는 다운 증후군밖에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. 그렇지만 아이의 병은 또 다른 세계로의 접근을 밝혀주게 된 것 같다 . 아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을 배우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고 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인생을 도전하며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.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삶 속에는 얼마나 많은지 오늘도 은비는 우리에게 그렇게 일깨워주는 것 같다 .

지금까지의 기록들은 앞서 밝힌 바처럼 은비의 개인적인 병력에 대한 기록이다 . 굳이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도 아니면서 한 아이의 성장기를 다소 장황하게 밝힌 까닭은 이렇다 할 만한 자료가 없는 ‘엔젤만 증후군 ’에 대한 조그만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바램 때문이기도 하다 . 아직까지 장애를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고 싶어하는 현실에서 아이를 드러내서 ‘커밍 아웃 ’에 가까운 이와 같은 행동들이 다소 모험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. 과연 아이를 위해 올바른 것일까 , 우리 부부는 이 길이 옳다고 판단했다 .

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니노미야 선생님이 토쿄로 보냈던 혈액 -유전자검사 -검사 결과를 보내주셨다 . 사진과 함께 . 예상했던 대로 ‘엔젤만 증후군 ’이었다 . 검사 결과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자면 “20개의 세포를 검사한 결과 모든 세포에서 15번 염색체의 결실이 확인되었다 ”는 것이었다 .

이유 없이 고열에 시달리다가 혹은 전연 통제되지 않는 경련으로 끊임없이 고통스러워 했지만 , 이제는 누구를 향해서도 손을 흔들고 먼저 인사를 하는 아이 , 늘 웃음이 많아서 무엇이 그리 행복하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 아이 , 엔젤만 아이들은 이름처럼 천사들이다 . 그들의 미소는 분명 우리에게도 행복을 전염시키는 마력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.

<PS..>

이상은 은비가 겪은 병과 치료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. 이 글을 읽어보면 은비가 병만 앓고 지낸 것처럼 보이지만 가볼 만한데 웬만큼 여행도 하고 구경도 하며 생활합니다 . 우리나라의 유명 놀이공원들 , 백화점 , 남산타워 , 63빌딩 , 절 , 극장 , 콘도와 스키장 , 옛날 임금님 무덤들 ……절은 오대산 중턱에 있는 상원사 절까지 다 다녀왔습니다 .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었는데 아빠 책상에 놓여있습니다 . 놀이공원에서 제트코스타 같은 것 타는 거 환상적인데 이제는 태워주기가 어렵습니다 . 안고 타야 되는데 너무 커버려서 섭섭합니다 . 다른 놀이를 찾아야죠 .

조금은 힘들고 불편하지만 이렇게 다니는 것이 아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것 같습니다 . 자동차 타고 여행하는 것 좋아합니다 . 자주 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틈내서 하는 것은 보람된 일인 것 같습니다 . 사실 그리 불편한 것도 없습니다 .휠체어 갖고 다니면서 언덕길 밀어주는 거 외는 . 덕택에 엄마 아빠도 여행하고 .

이렇게 하는 까닭은 우리 아이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려서 사람들과 친화시키고자 하는 때문입니다 .

밖으로 드러내서 알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만들어주고 , 아이에게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적응시켜 주는 것은 순전히 엄마 아빠의 몫입니다 .

모든 천사와 천사의 엄마 아빠 , 우리 아이들 표정처럼 행복하고 즐겁게

파이팅 !! 파이팅 !!